Friday, March 19, 2010

즐거운 나의집

"선생님, 만일 둥빈이가 영영 이대로 공부를 못해서 고등학교를 떨어진다고 하면 그 땐 그 아이 나이 열여섯....... 늦지는 않은 나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를 못해서 내 인생이 이렇게 되는구나, 를 몸으로 깨닫는 데 남자 나이 열여섯이면 그리 늦은 나이는 아니니까요. 그리고 설사 깨닫지 못해서 영영 공부를 더 못해도 저는...... 하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제 주변의 남자 친구들 공부 다들 잘했어요. 성공한 사람들도 많지요. 그런데 지금 별로 행복하지 않아요. 저...... 공부 잘했어요. 그런데 저 역시 그래요.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저는 아이들한테 무조건 공부를 잘해여 한다고 말할 수가 없어요. 제가 확신하지 못하는 일을 강요할 수는 없으니까요."
담임선생은 잠시 입을 벌렸다가 어쨌든 학부모 앞에서는 이런 표정을 지어야 한다는 듯 다시 미소를 지었다.
"참...... 훌륭한 가치관을 가지셨군요. 하지만 누가 그걸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잖아요."

"위녕, 엄마가 둥빈 담임선생에게 했던 말, 진심이야."
"공부? 그거 재능이야. 엄마...... 공부 잘했는데...... 그거 내가 피눈물 나게 노력해서 그렇게 된 거 아니야. 그냥 처음부터 그랬어. 축구공을 보자마자 볼을찼다는 선수처럼, 피아노를 보자마자 동요를 연주했던 피아니스트처럼 그건 그냥...... 재능인 거야. 모두가 다 같이 공부를 잘할 수는 없어. 그 재능을 가진 게 꼭 내 아이들이어야 한다는 헛된 희망도 버렸어. 왜냐면 왜 너희가 공부를 잘해여 한다고 생각하나, 나 자신에게 묻고 또 물었거든."
" 그래....... 첨에는 너희 우등생 아닌 거 화났어. 어이가 없었고 화가 났지. 하지만 나 자신에게 물어보았어. 아이들이 공부 잘하면 왜 좋니? 하, 그거야 당연히 그러면 너희가 성공하고 너희가 별로 돈 걱정 안 할 확률도 높고, 살기도 편하고....... 그랬지. 그런데 다시 물었어. 정말 그 이유가 다일까?....... 묻고 또 물었더니 맨 마지막에 말이야 어이없게도, 너희가 공부를 잘하면 내가 좋을 거 같았어. 너희가 아니라 내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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