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March 19, 2010

즐거운 나의집

"아니 위녕, 그런 게 아니야....... 솔직히 엄마도 그렇게는 생각 안 해. 그런데 모르겠어....... 좋은 대학 나와서 남들이 다 인정하는 직업 가지고 살면....... 편해........ 그건 ...... 사실이란 말이야. 그리고 편하다는 것은 그냥 소파가 편하다, 이 옷은 참 편하군, 이런 거하고는 차원이 다른 거야....... 그건 말하자면 열대우림이나 북극에서 사느냐, 아니면 일 년 내내 맑고 청명하고 온화한 기후에서 사느냐 이런 문제야. 하루하루 시시각각, 해가 뜨고 지고 바람이 부는 것처럼, 그래서 운명처럼 우리 피부에 스며드는 문제라고....... 엄마 이야기는 이왕이면, 할 수 있다면, 그게 꼭 돈의 문제가 아니라도, 그리고 약간 비겁한 방법이라고 해도 너에게 그런 걸 해주는 것이 혹시 더 좋을 수도......."
엄마는 가끔 미국 뉴욕에서 일어났던 911테러 이야기를 했다. 그 때 납치당한 비행기 안에서 죽음을 코앞에 두고 사람들이 전화를 걸었다는 것 말이다. 그들은 모두 가족에게 전화를 걸었고 사랑한다고 말했고 그리고 죽었다. 죽음 앞에서, 좀 더 열심히 일해서 승진을 할걸, 이라거나 재테크를 좀 더 잘해서 재산을 더 불려둘걸, 이라거나 아니면 공부를 더 잘해서 더 좋은 대학에 갈걸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했다. 그래도 지금 같은 기분이라면, 그리고 내가 그 비행기 안에 타고 있다면 나는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 "엄마, 공부 못해서 미안해."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엄마는 "미안하다 위녕. 공부 못한다고 구박해서 미안해." 하면서 가슴 아파하겠지. 흐흐흐흐흐흐흐, 생각만 해도 고소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생각만 해도, 아니 생각하기도 싫게 무섭고 두렵지만 나는 울면서 결국 말할지도 모르겠다.
"엄마, 사랑해. 그리고 동생들........ 아빠도 아저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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