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uly 2, 2010

따분한 장소의 매력

나는 자신의 내부가 흥미로워 굳이 도시까지 '흥미롭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을 원했다. 정열의 샘에 늘 가까이 있어 도시가 '재미'없다 해도 상관하지 않을 사람을 원했다. 인간영혼의 어둡고 비극적인 면을 잘 알고 있어 취리히 주말의 고요를 고맙게 생각할 사람을 원했다.

스위스의 가장 큰 도시 취리히에서는 차를 소유하여 낯선 사람들과 함께 버스나 열차를 타는 일을 피하고 싶은 욕구가 로스앤젤레스나 런던만큼 강해지지 않는다. 이것은 취리히의 최고 수준의 전차 네트워크-청결하고, 안전하고, 따뜻하며, 그 정확성과 높은 기술 수준이라는 면에서는 배울 것도 많다-덕분이다. 불과 몇 프랑이면 효율적이고 당당한 전차를 타고 황제도 부러워할 만한 안락함을 누리며 도시를 가로지를 수 있으니 굳이 혼자서 여행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17세기 네덜란드의 화가 페터 드 호흐를 깊이 사랑하기에는, 너무 깊이 사랑하여 시대를 막론하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화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기에는 뭔가 막연하게 창피한 구석이 있다.
호흐의 작품들은 소박한 생활, 예컨대 저녁 식사, 집안일, 친구들과 한잔 기울이는 것의 재미와 가치를 일깨워주는 귀중한 임무를 수행하여, 평범한 일상에서 속물적으로 탈출하고자 하는 헛된 야망과 유혹을 진정시켜준다. 호흐는 벽돌로 지은 건물, 윤기 나는 문에서 반사되는 빛, 여자 치마의 주룸의 아름다움에 관심을 기울여, 우리 세계 어디에나 있지만 흔히 무시해버리는 이런 것들에서 기쁨을 발견하도록 도와준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아이를 위해 빵에 버터를 바르고 이부자리를 펴는 것이 경이로운 일임을 잊어버린다.

취리히가 이 세상에 주는 독특한 교훈은 어떤 도시가 그냥 따분하고 부르주아적이기만 해도 진정으로 상상력을 자극하고 인간미가 넘치는 장소가 될 수 있음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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