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July 5, 2011

3일 전 13년 만에 쓴 일기

일루셔니스트를 봤다. Magicians Do Not Exist. 뭉클하고 쓸쓸하고 속 터지기도 하고 답답하고 허망한 영화 앞에서 많이 피곤했는지 꾸벅꾸벅이는 방미를 보니 신이 나는 영화를 봤어야 했다. 집에 돌아가는 길 아파트단지와 한강이 연결되는 내리막에서 뒤로 걷는 아저씨의 뒤통수를 마주하며 스쳤다. 기분이 묘하면서 나도 뒤로 걷고 싶은 욕구가 솟았으나 주변에 사람은 없었지만 차가 많았던 터라 시선이 의식되어 차마 뒤로 걸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가끔 눈이 피로할 때면 책을 거꾸로 읽는다. 뒤로 걷는 것도 건강에 좋을 텐데.
할아버지 추도 예배로 큰 삼촌 집에 가족이 모였다. 아파트단지 상가에 '버르장머리'라는 이름을 가진 미용실이 있었다. 기발하지만 막상 미용실을 낸다면 채택할 가능성은 없는 이름이다. 엄마와 내가 도착했을 때는 벌써 저녁은 다 먹고 치우는 분위기였는데, 나에게 말 잘 걸어주는 넉살 좋은 사촌 동생이 먹고 있는 삼계탕의 닭은 여전히 형체를 유지하고 있었다. 두 그릇째냐는 삼촌의 물음에 아뇨 한마리에요, 라며 아까 그걸 여태 먹느냐는 삼촌의 채근에 음미해 먹어야 하기에 천천히 먹는단다. 수박 먹을 때 조용히 내 옆으로 와 요즘 청년답지 않게 섬세함을 발휘하는 명언을 남겼으니 "나는 쎄씨를 봐요. 니트 입은 여자가 그렇게 매력적이더라구요."
소희라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는 쑥스러움을 많이 타고 낯도 많이 가린다. 나는 저 나이 때 어땠을까.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 엄마에게 물어보았더니 나는 어린 나이임에도 생각이 깊은 참 배포가 큰 장군감이었다고 한다. 그때 그 장군님은 언제 어떻게 어떤 일을 계기로 얼어 죽어버린 것일까.
집에 돌아오는 길 올려다본 밤하늘에는 별 한점 반짝이지 않았다.

2 comments:

KIM said...

얼어죽긴
너 트랜스포머 봤지? 그 얼음 속에 갇힌 메가트론이야 너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윗위키같은 조력자가 나와서 널 도와줄거임. 아니면 너 혼자서 탈출할 수 있든가. 불가능은 없음! 얼어죽지 않았음! 파이팅

JISOO said...

ㅋㅋㅋㅋㅋ 윗위키보내줘 미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