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January 28, 2010

구형의계절

미노리라는 소녀는 모처럼 방학을 맞이했으니까 바다에 가고 싶다든지, 드라이브를 하고 싶다든지, 유원지에 가고 싶다든지, 하는 이른바 '행락을 즐기는' 타입은 아니다. 미노리는 매일 집에 있는 것이 더없이 편했다.
아침에 일어나 꽃에 물을 주고, 과일로 젤리를 만들고, 보리차를 마시고, 점심으로 국수를 먹고, 잠깐 산책을 하고, 소리 내어 책을 읽고, 낮잠을 잔 뒤 젤리를 먹고, 문득 생각난 듯 숙제를 한다. 자신이 생각해도 소비형 인간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미노리에게 이보다 행복한 것은 달리 없으며, 앞으로 이렇게 행복한 시기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방, 정성이 깃든 따뜻한 식탁, 아무런 걱정 없이 영위할 수 있는 생활, 누군가가 보호해주는 느긋한 시간, 좋아하는 책, 나만을 위해 쓸 수 있는 시간. 난 이 정도로 충분해. 더 이상의 자유 같은 건 원치 않아. 하지만 이런 안락한 생활은 허락되지 않을 것이다-석간신문을 가지러 밖으로 나가 해 저무는 모습을 볼 때마다 미노리는 그런 행복한 시간이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지금의 자신에게 그것은 약간의 아픔만 가져다줄 뿐이다. 진짜 고통은 몇 년 뒤에 찾아올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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