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November 24, 2010

브로콜리 너마저의 '졸업'

브로콜리 너마저의 신보 [졸업] 중 타이틀곡 "졸업"이 KBS 심의에 걸렸다. 사유는 '선정적'이라는 것. 과연 어떤 부분이 선정적인가 싶어 가사를 꼼꼼히 살핀 결과, 다음 대목이 고결하신 심의위원들의 매의 눈에 걸려들었음을 알 수 있었다.

"꿈에서 아직 덜 깬 아이들은/ 내일이면 모든 게 끝날 듯/ 짝짓기에 몰두했지"

'짝짓기'. 이 얼마나 동물의 왕국스러운, 선정적인 표현인가. 이 단어를 접한 심의위원들의 머리속에는 어린 청소년들이 헐벗은 채 살점이 하나가 되어 뒹구는 모습이 절로 떠올랐을 것이다. 섹스나 떡이라고 표현하면 차라리 나았을 것을, 공연히 상상력을 자극해서 화를 자초한 셈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어딘가 부족하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21세기 한국을 삽시간에 1970년대로 회귀시킨 이명박 가카께서 통치하시는 시절이 아닌가. 게다가 그 아래서 개처럼 충성을 다하는 김인규 사장께서 계신 KBS 심의실인만큼, 보통 사람들의 사고력이 아닌 박정희 시대의 판단기준에 '내재적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그 때 그 시절의 심의기준을 적용해서 "졸업"의 가사를 살핀 결과, 여러 대목에서 결정적인 문제가 발견되었다.

"그 어떤 신비로운 가능성도/ 희망도 찾지 못해 방황하던 청년들은/ 쫓기듯 어학연수를 떠나고"

허무주의 조장과 체제비판. 쥐20 개최로 온 나라가 450조 경제효과와 250만개 일자리 창출, 세계의 중심에 있는 품격있는 나라로 가는 희망찬 이 때에 위와 같은 노랫말은 가당치도 않다. 심의위원들의 분개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리고 또.

"난 어느 곳에도 없는 나의 자리를 찾으려/ 헤매었지만 갈 곳이 없고/ 우리들은 팔려가는 서로를 바라보며/ 서글픈 작별의 인사들을 나누네"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힘쓰는 시대에 '자리를 찾으려 헤매었지만 갈 곳이 없'다는 노랫말은 정부에 대한 불순한 비판 의지가 엿보인다. 또한 '팔려가는 서로를 바라보며'라는 대목은 체제에 대한 근거없는 비방이자 반기업적 정서로 가득한 표현. 방송에서 차마 입에 담아서는 안될 노랫말인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후렴구다.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 이 미친 세상을 믿지 않을게"

불신풍조 조장. 결정적인 사유다. 선진한국으로 도약하는 지금의 중요한 때에, '미친 세상'이란 말을 무려 18번(이것도 의도가 수상하다)이나 되풀이하는 것은 물론, '믿지 않을게'라며 세상에 대한 불신을 선언하고 있다. 노골적인 반정부, 반기업, 반자본주의 사상을 노래를 통해 설파하려는 의도가 후렴구에서 극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런 노래를 방송에서 틀면 어떻게 되겠는가?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무엇을 듣고 배우겠는가? "졸업"의 방송금지는 제기된 '선정성' 외에도 이처럼 심오한 사유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하자면, 브로콜리 너마저는 '가창불량' 사유에도 해당된다. 과거 이장희, 김의철 같은 노래 더럽게 못하는 가수들이 금지곡이 됐던 이유와 똑같다. 맹하고 힘없는 목소리로 좁다란 음역을 간신히 버텨내는 브콜의 보컬은, 슈퍼스타 K 등을 통해 가창력 지상주의가 왕조를 이룬 현 가요계에는 부합되지 않는다. 심의위원들은 노랫말만 아니라 이와 같은 미학적인 부분까지도 감안해서 결정을 내렸던 게다.

그러면 "졸업"이 무사히 KBS 방송을 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은 이 곡의 심의통과를 위한 '클린' 버전 노랫말이다. 방송금지 조치를 당한 브로콜리 너마저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졸업 (클린 버전)
새로운 신비로운 가능성과
희망에 가득차서 들떠있는 청년들은
신나게 어학연수를 떠나고

꿈에서 깨어난 아이들은
내일이면 모든 게 새롭게 시작할듯
(uh, uh) 뜨거운 밤을 불태웠지 (oh, baby)
난 넘치고 넘치는 일자리를 찾았지
오라는 곳이 너무나 많고
우리들은 새로운 한국의 주인인 서로를 바라보며
가슴벅찬 작별의 인사들을 나누네

이 멋진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
넌 행복해야 해 행복해야 해
이 멋진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잊지 않을게
잊지 않을게 널 잊지 않을게
이 멋진 세상에, 이 멋진 세상에
이 멋진 세상에, 이 멋진 세상에
이 멋진 세상에, 이 멋진 세상에
이 멋진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아아 우리 대한민국, 아아 우리조국, 영원토록, 사랑하리라

1 comment:

JIIN said...

지수야!넘오랜만이지
그동안연락없어미안해
아할말이너무많다
그동안어떻게지냈어?
난입시치르느라고ㅜㅜ연락못했어
이제거의끈나가
다음주나다다음주쯤괜찮으면만날래?
문자로해도되지만나도여기남겨보고싶엇어ㅋㅋ
내가문자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