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덧없음, 인생의 무상함은 서양의 화가들이 즐겨 그린 단골 메뉴였다. 이런 내용을 담은 그림들을 바니타스(Vanitas)라고 하는데 바니타스란 라틴어로 '헛되도다'라는 뜻으로 인생의 무상함, 한시성을 의미한다.
네덜란드 화가 다비트 바일리도 이런 바니타스 정물화에 재능을 발휘했던 화가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는 원래 무명의 화가였지만 <바니타스 상징이 있는 자화상>이라는 작품 한 점으로 미술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된 행운아다. 그림을 보면 왼쪽에 화가의 자화상이 그려져 있고 오른쪽의 테이블 위에는 불 꺼진 촛대, 두개골, 모래시계, 깨지기 쉬운 유리잔, 사라진 고대 문명의 유물인 석상, 잠시 후면 시들어버릴 꽃 등 온통 인생의 덧없음을 상징하는 물건들이 가즉하다. 책상 위에 있는 세 개의 비눗방울 역시 잠시 후면 터져버려 사라지고 말 한시성을 상징한다. 그러나 인생무상의 메시지를 가장 강한 톤으로 전달하고 있는 것은 그림 속의 젊은 화가가 들고 있는 자신의 노년을 그린 초상화이다. 이 바니타스 초상이 그려진 것이 1651년이니까 화가의 나이 67세 때이다. 따라서 이 작품을 그렸을 때의 화가의 실제 모습은 '그림 속'의 젊은이가 아니라 '그림 속의 그림' 속에 있는 늙은이임을 짐작할 수 있다. 화가는 자신의 노련과 젊은 시절의 자화상을 대비시킴으로써 세월의 무상함을 웅변하려 했다. 그러한 메시지는 오른쪽 책에 끼워진 쪽지에 더더욱 명확하게 표현되어 있다. "헛되도다. 헛되도다. 모든 것이 헛되도다Vanitas, vanita. Et omnia vanit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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